장 278

햇살이 떠오를 무렵, 무상은 깨어났고, 성제는 곁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지만, 눈속에 담겼던 열정은 사라지고 차가운 냉기만 남았다. 그 찌르는 듯한 한기가 온몸을 관통해 이제는 차가운 껍데기만 남아 산송장처럼 움직일 뿐이었다.

무상은 겹겹이 쌓인 살구빛 장막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천장을 짓누르며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웠다. 그녀의 눈에는 절망만 가득했고,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난 생각했어요... 깨어나면 적어도... 적어도... 다른 세상이 펼쳐질 줄..."

성제는 이 말을 듣자 주변의 공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