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83

궁중에서는 세월이 흐르는 줄 모른다. 창문 틈새로 보이는 뜰의 서부해당이 꽃을 피웠다. 분홍빛 꽃들이 나무마다 가득하다. 무상은 창가에서 옷을 만들고 있었다. 부드러운 청색 만자문양의 항주 비단이 그녀의 손 아래서 흘러내렸다. 수없이 만들어본 이 치수의 옷은 이제 더욱 정교해졌다.

궁안에는 귀인이 많고, 규칙도 많다. 말해선 안 되는 것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소일거리가 된다.

화제의 중심은 언제나 황제와 비빈들의 이야기다. 천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어, 한두 마디 들은 것만으로도 무수한 상상을 펼친다. 한 사람의 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