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84

무태후는 눈을 감고 밝은 노란색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단목으로 만든 염주를 손에 쥐고 왕생주를 조용히 외우고 있었다. 불단에 모셔진 보살님은 자비로운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계셨다. 무태후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러 온 성제 역시 뒤쪽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곧게 편 척추는 만백성과 천하를 떠받치고 있었고, 과묵하고 심오한 그의 모습은 그를 둘러싼 제왕의 위엄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무태후는 마침내 눈을 떴다. 위쪽에 자비로운 불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보렴, 이 보살님은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