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94

종수궁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곤녕궁의 쓸쓸함이 더욱 두드러졌다. 정원에 있던 화려하고 우아했던 모란은 이미 계절이 지나 아무도 돌보지 않은 채 흙 속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단계수가 무성하게 피어있어, 붉은 꽃잎들이 가지마다 송이송이 뭉쳐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기쁨을 주었고, 곤녕궁의 황폐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었다.

한때 부귀와 품위를 자랑하던 궁전이 이렇게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니, 물은 그대로지만 사람은 변했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무상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이곳에는 역대 대위 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