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99

성제는 손에 든 시구를 음미했다. "빈 방에서 묵으니, 가을밤은 길고, 긴 밤에 잠 못 이루어 날이 밝지 않네. 희미한 등불 벽에 그림자 드리우고, 쓸쓸한 비소리 창문을 두드리네. 봄날은 더디고, 더디게 홀로 앉아 해가 저물기 어렵네. 궁정의 꾀꼬리 울음소리 들으니 근심만 더하고, 처마 위 제비 쌍으로 깃들어도 시샘할 기운 없네."

이게 대체 어느 고인(高人)이 지은 거지?

'상양백발인(上陽白髮人)'이라 이름 붙였는데, 분명히 초방궁이 적막한데도 상양궁이라 말하네. 상양궁의 진비는 총애 받아 영화롭기 그지없는데, 어찌 홍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