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301

초방궁에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모두가 마치 나무로 조각한 듯 꼼짝 않고 있었다.

상식궁, 상의궁, 내무부 등 육궁의 크고 작은 상궁들과 관리 할멈들, 대태감들이 모두 직위에 따라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오십에서 육십 명이 줄지어 서 있었지만, 감히 말 한마디 하는 사람은 없어 궁 안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전각 안에는 귀비 마마가 장부를 넘기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 장 한 장 얇은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칼을 가는 소리처럼 '휙휙' 들려왔다. 아래에 서 있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알 수 없었다. 모두가 일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