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33

굳게 닫힌 초방궁의 궁문을 바라보며, 높은 궁벽이 시야를 가로막아 안에서 화려한 등불이 빛나고 있는지 아니면 모든 것이 고요한지 알 수 없었다. 유명충의 마음은 다시 조마조마해졌다. 오늘은 출문길이 좋지 않은 건가? 어쩐지 가는 곳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묵빈도 참 대담하군. 황제께서 돌아오겠다고 하셨는데.

성제는 붉은 칠의 궁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주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상아가 그를 믿지 않는 건가? 눈썹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는 듯했고, 유명충은 그 모습을 보고 억지로 쓴 표정을 지으며 문을 두드릴 수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