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53

강 귀인이 분홍색 벚꽃 자수가 놓인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리며 틈새를 노려 비웃었다. "어머, 이건 누군가 동시효빈을 하려는 모양이네. 정말 웃겨 죽겠어. 영 접비야, 그 비싼 옷이 네 몸에 걸치니 왜 이리 어색해 보이는 거니? 묵 빈 언니의 풍채와 기품이 하나도 없잖아. 내가 너라면 부끄러워 죽었을 거야.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어!"

영 접비는 묵상의 눈에서 불쾌함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공포가 조금씩 마음속에서 피어나 혈관을 타고 퍼져나갔다. 사지가 차갑게 식어 온몸의 힘이 빠져 석화의 몸에 기대어야만 겨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