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74

자줏빛 갈색 꽃무늬 비단 조끼를 입은 궁녀가 검은 옻칠한 대추나무 도시락을 들고 지어헌에 와서 영첩어에게 식사를 전하려 했다. 경비 내시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쇠자물쇠를 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빨리해."

그 궁녀는 한 번 쳐다보고는 대꾸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영첩어님, 점심 식사입니다."

영첩어는 세 짝으로 된 창문 앞에 서서 밖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궁녀가 들어온 것을 보고 단지 한마디만 했다. "거기 놓아두렴." 그리고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바깥 풍경이 영첩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