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3

성제는 모상의 손에 들린 자수 복희 주머니를 보며 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모상은 서툴게 자수 복희 주머니를 성제의 검은색 테두리에 옥석이 박힌 황금빛 비단 허리띠에 달았다. 그것은 그가 입고 있는 금실로 짠 오조룡포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성제는 만족한 듯 "저녁에 짐이 너와 함께 식사하러 오겠다"라는 말을 던지고는 멋지게 떠나버렸다. 유명충은 모상에게 인사를 올리고 물러나 재빨리 성제의 발걸음을 따라 멀어졌다. 모상 혼자만 남겨져 어리둥절했다. 차갑게 거리를 두기로 했던 계획은 어디 갔지? 이제부터 서로 남이 되기로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