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14

"아빈, 아빈, 사람 놀래키지 마! 괜찮은 거야?"

아빈은 뒹굴고 기어서 안가의 선산 근처까지 달려갔다. 칠파는 외지에서 피난 온 여자였고, 결혼도 하지 않았으며, 무당이었기 때문에 안가의 가훈에 따르면 그녀는 안가의 선산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선산 근처에 자리를 마련해 간단히 묻어주었을 뿐, 비석도 세우지 않고 작은 흙더미만 남겨두었다.

그 위에는 꽃다발 하나만 놓여 있었는데, 수련이 보낸 것이었다. 꽃다발은 이미 바람에 망가져 쓸쓸하게 무덤 위에 엎드려 있었다. 정말 외롭고 황량한 무덤이었다.

아빈은 무덤 앞에 무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