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70

"안 돼요!" 천혜가 고개도 들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그녀가 이렇게 단호할 줄은 몰랐기에, 나도 저절로 멍해졌다. "제가 아직 아무 질문도 안 했는데요."

"말 안 해도 돼요. '실례지만'이란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이 나한테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볼 거라는 걸 알았어요." 천혜가 얼굴을 돌려 내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당신이 물어보려는 걸 차단한 거예요."

"알겠습니다." 나는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 이겼어요. 사실 그런 질문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말하니까 정말 뭘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