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86

하지만 천혜이의 몸에서 나는 그 향기가 아직도 거실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저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다. 아까는 천혜이가 나를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 화가 나서 그렇게 심하게 대들었던 거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일종의 죄책감이 들었다. 바닥에서 일어나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세차게 두 모금을 빨아들였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담배를 다 피운 후,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그제서야 내 입술이 심하게 부어올라 있는 걸 발견했다. 마치 소시지 두 개를 걸어놓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