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76

집에 돌아온 후, 천혜는 곧장 샤워하러 갔다. 하지만 화장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고개를 돌려 나를 한 번 쳐다봤는데, 그 촉촉하게 젖은 듯한 큰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거의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갈 뻔했다.

나는 그 무시무시한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녀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앞으로 천혜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저 친구 관계로 지내는 건 분명 불가능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그녀의 애정이 담긴 눈빛만 봐도 그녀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