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71

갈팡질팡하던 나는 결국 선택권을 내가 가장 증오하는 운명에게 맡기기로 했다. 주머니에서 동전 한 개를 꺼내고, 앞면이 나오면 가고 뒷면이 나오면 가지 않는다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동전을 공중으로 던졌다. 떨어지는 순간 눈을 감고 동전을 받아 쥐었다. 한참 후, 천천히 손바닥을 펴고 눈을 떠보니 동전의 초상화가 보였다.

뒷면이라니, 하늘도 내가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간신히 모아낸 용기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역 밖으로 걸어 나갔다. 가지 않으면 그만이지. 지금 이런 관계에서는 만나봤자 어색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