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3

슈샤의 앞부분 말은 나를 무척 설레게 했지만, 뒷부분은 나를 무력감에 빠뜨렸다. 그래, 우리 관계가 지금의 상황까지 온 것은 그녀가 아닌 내 책임이다.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인 내가 오히려 그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묻다니, 정말 바보 같기 짝이 없다.

나는 갑자기 대화를 계속할 힘을 잃었다. 지금 슈샤의 남자친구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녀에게 어떤 약속도 해줄 수 없는 내가 한심했다. 이런 관계 속에서 내가 그녀에게 하는 모든 말은 마치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 같았다.

한참 후에야 슈샤에게 답장을 보내 일찍 쉬라고 했고, 슈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