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

나 진짜 열 받았다.

그 쓰레기 같은 녀석이 겁쟁이라는 건 알았어. 항상 일은 저질러 놓고 책임은 안 지는 놈이었지. 근데 진짜 날 팔아넘기는 건 뭐냐고.

여기 대학교잖아, 뭘 그렇게 겁먹어?

중학교도 아니고, 연애 금지된 것도 아닌데.

이게 웃기는 상황이 됐네. 오늘 담임이 심심했는지 아니면 무슨 미친 짓을 하는 건지, 뜻밖에 날 한번 쳐다보더니 그 길쭉한 다리를 꼬고 앉아서 내 고백 편지를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가는데, 반 친구들은 거기에 맞춰 와하하 웃어대고.

내 얼굴은 화끈거려서 땅이 갈라진다면 당장 숨고 싶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오글거려 죽겠는데, 중요한 건 이 편지를 정말 정성껏 썼다는 거잖아. 그 배은망덕한 놈을 위해서 오랫동안 참았던 내 마음을 다 쏟아부었는데. 지금 들어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글거려서 나도 못 듣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교실은 축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 쓰레기 녀석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다.

결국 담임은 그 여우 같은 눈을 반쯤 감고 날 바라보며 웃으면서 "문장력이 좋네요. 다음에 반에서 글짓기 대회가 있으면 자네한테 맡길게요. 자, 수업 끝."

그 말을 끝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나가버렸다.

모든 남학생들은 담임의 뒷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담임은 젊고 예쁘다. 들리는 바로는 갓 발령받은 선생님인데, 바로 담임을 맡게 된 것도 보통이 아니라고. 담임 선생님 천난은 예쁘고 키도 크고 평소 옷차림도 정말 세련됐다.

평소에도 짧은 치마에 스타킹을 신는데,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꽤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완전 매혹적인 미인이야. 여우 같은 눈에, 하얗고 매끈한 피부와 탱탱한 다리까지. 남자 선생님이든 남학생이든 보면 코피가 터질 정도로.

소문에 의하면 그녀가 졸업하자마자 담임을 맡을 수 있었던 건 학교 간부 중 누군가와 애매한 관계가 있어서라고 한다.

그녀가 칠판에 글씨를 쓰려고 등을 돌릴 때마다, 거의 모든 남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에 고정된다. 그녀의 수업은 우리 반에서 출석률이 가장 높은 수업이기도 했다.

이 찌질이 학생들의 환상 대상이지.

나는 세게 침을 뱉으며 아직도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했다.

반 학기 정도 수업을 들었지만, 대학이란 게 이런 거다. 동급생 간의 교류는 중학교 때처럼 긴밀하지 않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지만, 직접 와서 놀리지는 못했다.

오직 그 쓰레기 녀석만 배를 잡고 계속 웃어댔다.

씨발.

나는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 그래도 몰래 저쪽에 있는 진미미를 한번 쳐다봤다.

이게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다.

"양형, 양형,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용서해줘. 내가 남경담배 한 갑 살게, 어때?"

쓰레기 녀석은 내가 때릴까 봐 겁을 먹었다. 사실 나도 진짜로 때리려는 건 아니었다. 이 녀석이 좀 의리가 없긴 해도, 이런 일은 원래 대단한 일도 아니고, 우리 둘은 6년 우정이 있는데 이런 작은 일로 상처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서로 밀치고 당기다가 결국 두 사람은 교실을 나왔다.

쓰레기 녀석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양형, 진미미가 너 좋아하게 되는 거 아냐? 네가 쓴 고백 편지, 진짜 하늘을 감동시키고 귀신도 울게 할 정도였다고!"

"야, 한 마디만 더 하면 진짜 때릴 거다, 알았어?"

우리 둘은 항상 전공 수업만 듣고, 어차피 학위만 따면 되니까. 오전에는 담임 수업 하나뿐이었는데, 그것도 반 정도는 내 고백 편지를 듣는 데 썼으니 진짜 미치겠다. 둘이 상의한 끝에 잠시 나가서 놀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뜻밖에도 몇몇 사람들이 우리를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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