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88

가까이 다가갈수록 소만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렸다.

"철두 오빠, 저예요, 소만이에요."

"제발 아버지를 건드리지 마세요, 제발요, 지금 바로 돈을 마련해서 보내드릴게요."

"삼만 원이요? 지난번에는... 지금 제가 가진 돈은 이천 얼마밖에 없는데, 혹시..."

전화기 저편에는 분명 소만의 아버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조삼근이 화단 옆으로 걸어갔을 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이미 '철두'라는 놈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삼근은 서둘러 다가가 소만과 철두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소만 뒤에 서서 듣고 있었다. 몇 마디 대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