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504

차례차례 깨어나는 류정천과 스즈키 사부로를 보고 조삼근의 마음에 걸려 있던 돌덩이가 드디어 내려앉았다. 그제서야 침실을 떠났는데, 거실에서는 주인 행세를 하는 장 할아버지가 이미 따뜻하게 데운 찻잔을 가지런히 놓고 차만 기다리고 있었다.

"차향이 사방에 퍼지는군. 차는 좋은 차인데, 다만 차를 끓인 사람이 어떤지 모르겠네." 상쾌한 차향에 조삼근은 마음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장 할아버지가 각각의 찻잔에 물을 따르는 모습을 보며 그는 참지 못하고 살짝 농담을 던졌다.

"한번 맛볼래?" 장 할아버지는 웃기만 할 뿐 말없이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