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790

"그냥 됐어요!"

조삼근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 이 정도로 적절한 대답을 생각해냈다.

만약 무진의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표정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조삼근은 분명 욕을 한 마디 내뱉었을 것이다. "씨발, 무슨 자세를 바꾸냐고? 내가 너랑 사랑을 나누는 것도 아닌데, 무슨 자세가 있다고? 진짜 내 명예를 더럽히네!"

오히려 옆에 있던 흑표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조삼근이 역으로 밀려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흑표는 문득 무진이 자신을 안 좋아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진 같은 꼬마 악마에게 눌려 있으면, 흑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