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38

칠흑같이 검은 하늘에 둥근 달이 높이 떠 있었다. 마치 먹을 갈던 접시에 흰색 물감이 떨어진 것 같았다. 비록 '한 마리 쥐똥이 한 솥 국을 망친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검정과 흰색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세상 사람들 앞에 그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택이 자리한 작은 언덕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도로의 가로등 빛이 닿지 않았다. 숲속에 있으면 하늘의 달빛만이 방향을 알려주는 유일한 안내자였고, 숲을 통과하려면 자오 산진의 예리한 직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백여 미터 높이의 언덕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