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88

하늘과 땅이 고요했다. 창백한 달빛이 대지를 비추고, 숲속 깊은 곳은 점차 조용해졌다. 나무와 수풀 사이에 숨어 있는 벌레 소리와 새 울음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작은 언덕 꼭대기에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손의 동작을 바꾸지 않았지만, 불과 몇 초 후 그의 양손에 꽉 쥐고 있던 창의 몸체가 '카착'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났다.

다음 순간, 검은 옷 남자의 온몸을 빽빽하게 감싸고 있던 검은 옷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씩 틈이 벌어지면서 검은 옷 안에서 선명한 붉은 피가 마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