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43

추정과 이효민이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온통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분노한 암표범처럼, 산 채로 물어뜯을 듯한 분노를 품고, 무시무시한 태권도로 둘의 첫 만남을 장식했다.

이효민이 추정에게 대낮에 옷이 찢기고, 천상인간에서 정조를 빼앗긴 후에는 그를 더욱 뼛속까지 미워해야 마땅했다.

비록 여초정이 한국을 탈출하는 것을 도운 것은 추정이 그녀의 약점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지만, 그녀가 지금처럼 소녀 같은 표정을 짓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것이 추정을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