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32

비록 오늘 밤 후지와라 태자의 마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남조희설은 그렇게 빨리 자신의 몸을 그에게 내주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이유를 들어 그를 거절해야 할까? 그와 동침하는 시간을 며칠이라도 미룰 수 있다면, 어쩌면 초정이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 비참한 운명이 바뀔 수도 있을 텐데... 남조희설이 조용히 샌드위치를 작게 베어 먹으며 평온한 표정으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때, 후지와라 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컵을 들고 정수기 앞으로 가서 물 한 잔을 따랐다.

"희설, 음식만 먹지 말고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