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014

배진유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아마도 영국에서 오래 머물렀던 탓인지, 그녀의 미소에는 서양 여성특유의 깊이가 느껴졌다.

"움직여, 기억해, 절대 그 녀석에게 들키면 안 돼. 상황이 생기면 즉시 연락해."

배진유는 말을 마치고 무언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만약 그 녀석이 정말 누군가가 보낸 스파이라면, 봐줄 필요 없어."

하가흔은 잠시 멍해지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배 사장님, 봐줄 필요 없다는 건요?"

"죽지만 않으면, 팔다리 하나쯤 부러뜨려도 상관없어."

배진유는 이를 꽉 깨물었다. 진비의 모습을 생각하니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