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034

배진유는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막 만들어낸 나른한 분위기가 하가흔의 놀란 비명에 순식간에 머리가 쭈뼛해졌다.

그녀는 하가흔이 아마도 병이 났다고 생각했다.

원래 침착하고 차분했던 여동생 같은 아이가 지금은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애처럼 변해버렸으니까.

"또 뭘 본 거야?" 배진유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물어본 후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책상에서 일어나 느릿느릿 걸어갔다.

집에만 오면 몸이 게을러지는 건 배 사장이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버릇이었다.

"이거 봐!" 하가흔은 수증기가 자욱한 욕실 안, 물에 젖지 않은 한 구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