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87

금상옥의 감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아무리 강인한 여자라도 결국은 여자일 뿐, 이런 현실을 한순간에 받아들이기는 너무 버거웠다.

가는 내내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이제 금상옥은 원하던 자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집 없는 떠돌이가 되어버렸다.

화영가가 내내 걱정스럽게 보살피는 모습에도 금상옥의 마음은 조금도 편해지지 않았다. 때로는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자존감마저 바닥을 치는 법이니까.

문득 그녀는 이전 대화에서 진비도 이렇게 타국에서 떠돌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기억이 떠올랐다. 순간 같은 처지에 놓인 동병상련의 감정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