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10

검은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여자가 상반신을 드러낸 채 나무 욕조에 앉아 있었다.

어스름한 등불 아래, 여자의 아름다운 등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고, 공기 중에는 촛농과 장미 꽃잎 향기가 감돌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등 위로 흘러내려 은근하게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 유독 매혹적이었다.

평생 가장 좋아하는 건 긴 생머리였으니까.

천페이는 침을 꿀꺽 삼켰지만, 앞으로 나아갈 용기는 없었다. 그는 완전히 당황한 상태였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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