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6

이 맹인용 지팡이는 형수가 새로 사준 거야. 안 쓸 때는 접어서 아주 짧게 만들어 등에 차고 다닐 수 있어.

도시로 들어가는 길에 생각했지.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굉장히 낮으니까 가끔은 맹인 행세를 안 해도 되겠다고.

하지만 주거 지역 근처에서는 여전히 맹인 행세를 해야 해.

골목을 빠져나와 몇백 미터를 더 걸어가다가, 주변에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지팡이를 접어 넣었어. 그리고 나서 평범한 사람으로 변신했지.

이런 느낌, 정말 기분 좋다니까!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보니 너무나 흥분됐어.

이곳이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