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14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요."

이모가 나를 한번 쳐다봤는데, 마치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했다.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뭐라도 읽어내려고 애썼다. 조금이라도 복잡한 감정이나, 조금이라도 망설임 같은 것, 적어도 나에게 보내는 어떤 암시라도 있길 바랐지만, 실망스럽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낯선 사람을 거절하는 표정 외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이모~" 내가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말에 끊겼다.

"됐어요, 지금은 당신과 얘기할 시간이 없어요. 먼저 돌아가 봐야 해요." 그녀의 말투는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