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5
"비가야, 이런, 이게 누구네 집 양을 돌보고 용돈 버는 거니?"
"아니에요, 삼촌. 저희 방금 오빠들이랑 산에서 비타민 나무 열매 찾다가 산동굴에서 주웠어요."
비가는 앙증맞게 대답했다. 삼촌이 말 속에 다른 뜻을 담아 그들을 떠보고 있었다!
만약 삼촌의 말에 그냥 맞장구쳤다간, 결국 그들 셋이 훔쳤다는 소문이 퍼질 테니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어이구, 운이 그렇게 좋다니, 삼촌은 산에 그렇게 많이 올라가도 한 마리도 못 주웠는데? 혹시 누구네 양 우리에서 훔쳐온 거 아니야?"
삼촌은 웃음 가득한 최비가를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어떻게 좋은 일은 다 다섯째 동생네 아이들에게 생기는 거지?
마음속에서 질투가 치밀어 올라 말투에도 신랄함이 묻어났다.
"삼촌이야말로 도둑이세요! 내 여동생이 말했잖아요, 우리가 주웠다고요."
까칠한 최강이는 이미 삼촌의 음흉한 태도가 못마땅했고, 즉시 반박했다.
"삼촌, 저희 할머니 찾으러 갈게요."
최건이 동생의 입을 손으로 막고 할머니 집으로 끌고 갔다.
할머니 집 대문을 들어서고 나서야 손을 놓았다. "너 정말 바보 같다. 왜 그 사람한테 그렇게 말이 많아? 그냥 무시하면 되는 거야."
"어떻게 무시해? 방금 삼촌이 우리 셋을 도둑이라고 했잖아."
"형 말이 맞아." 비가도 이번엔 큰오빠 편을 들었다. "우리가 훔쳤는지 아닌지는 삼촌이 결정할 일이 아니야. 할머니께 말씀드리기만 하면 그가 괴롭힐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
"알았어."
최강은 기운이 빠진 듯했다. 여동생이 하는 말이라면 뭐든 옳았다.
"밖에 비가 아니니?"
할머니는 방바닥에 앉아 신발 깔창을 수놓고 있었다. 세 아이가 밖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는 또 무슨 잘못을 저질러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줄 알았다.
"할머니, 저희 셋이 산에서 비타민 나무 열매 찾다가 동굴에서 양 한 마리를 주웠어요!"
비가는 두 개의 작은 땋은 머리가 풀릴 정도로 뛰어와 방바닥으로 올라가 노인에게 애교스럽게 기댔다.
"양을 주웠다고?"
할머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창문을 통해 마당에 조용히 묶여 있는 양을 바라보았다. 순간 기쁨에 어쩔 줄 몰랐다.
"최씨 집안 조상님이 보호하시는구나, 우리 작은 비가에게 양을 보내주시다니!"
노인은 방바닥에 앉은 작은 비가를 볼수록 더 귀여워 보였고, 볼수록 더 아찔했다. 오늘 그 머리가 텅 빈 최이가 정말로 자신의 비가를 팔았다면, 이렇게 착한 아이를 어디서 또 찾을 수 있었을까.
"그런 게 아니에요, 할머니가 착한 일을 많이 하셔서 하늘이 우리 집에 상을 내린 거예요!"
비가는 한마디로 노인을 기분 좋게 해주었다. 사실 그녀에게는 노인에게 말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었고, 이건 그저 포석일 뿐이었다.
그녀는 문간에 서 있는 큰오빠에게 눈짓을 하며 방금 삼촌의 일에 대해 말하라고 재촉했다.
최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역시 다정하게 방바닥에 앉아 할머니의 다리를 주물렀다.
"할머니, 저희가 산에서 내려와 먼저 할머니께 보고드리려고 했는데, 길에서 삼촌을 만났어요. 삼촌이 우리 양이 다른 사람 양 우리에서 훔친 거라고 했어요."
"그런 일이 있었니?" 할머니는 나이는 들었어도 마음은 젊었고, 마음속으로는 다 알고 있었다. 셋째 아들의 그 더러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이죠, 할머니."
이때서야 최강은 깨달았다. 아까 여동생이 자신을 말리고 삼촌과 더 다투지 말라고 한 이유가 할머니에게 고자질하려고 했던 거였구나!
이제 그는 신이 나서 개처럼 충실하게 노인의 등을 두드렸다.
"삼촌은 우리 셋을 도둑이라고 했어요. 저희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고, 오직 할머니께 먼저 보고드리고 싶었어요."
할머니는 이제 세 아이에게 행복하게 둘러싸여 있었고, 둘째와 셋째 아들네 아이들을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흔들렸다.
하나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자기 아버지를 따라 배운 게 나쁜 마음뿐이었다.
"알았다, 할머니가 그 녀석한테 말해줄 테니, 너희는 이 양을 잘 키워서 설날에 잡아먹자."
"할머니, 우린 잡아먹지 않을 거예요." 비가는 히히 웃으며 노인의 귀에 대고 양 키우는 계획을 속삭였다.
노인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른들도 생각해내지 못한 아이디어를 이 꼬맹이 세 명이 완벽하게 계획해놓은 것이다.
"좋아좋아, 너희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할머니도 지지한다. 우리 최씨 집안이 이제 좋은 길로 가는구나."
그녀는 세 아이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집안의 소심한 삼촌들이 훼방 놓을까 봐 걱정하는 거였다.
노인의 약속을 받은 비가는 꽃이 핀 듯 환하게 웃었다. 어제만 해도 어떻게 돈을 벌까 고민했는데, 오늘은 양 한 마리가 문 앞에 찾아왔으니, 돈 버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하늘도 어두워졌고, 할머니께 보고를 마친 그녀는 이제 더 자신감이 생겼다. 앞장서서 두 오빠와 양 한 마리를 데리고 당당하게 집으로 향했다.
삼촌 집 문 앞을 지나갈 때 삼촌이 아직도 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눈을 굴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할머니께 다 말씀드렸으니 당신이 무섭지 않아!
세 사람은 마치 한 틀에서 찍어낸 듯이 고개를 돌려 걸어갔다.
삼촌은 문 앞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 그저 이 세 아이가 도대체 어디서 양을 훔쳤는지 보려고 했는데, 다섯째 동생네 아이들은 하나같이 건방졌다.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화가 나서 세 꼬마를 속으로 욕했다.
할머니가 작은 비가를 좋아한다는 것만 믿고 예의도 없이 굴다니.
세 개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서서히 떠올랐다. 자신의 셋째 집에 없는 것이라면, 다섯째 집에도 있어선 안 된다!
밤이 되자, 비가는 두 오빠 사이에서 잠들어 달콤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복제 능력을 가졌고, 양 한 마리가 또 한 마리를 낳고, 그 양이 또 한 마리를 낳았다.
이제부터 온 가족을 부자로 만드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때, 한 그림자가 그들 집 담장을 넘어 살금살금 마당으로 내려왔다. 몸이 민첩하지 못해 착지할 때 발을 삐끗하며 '으윽' 하는 소리를 냈다.
바로 오늘의 삼촌이었다. 그는 급히 자신의 입을 막고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소리로 다섯째가 깨어난다면, 그의 몸은 다섯째의 한 방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캄캄한 집 안에서 아무 소리가 없자, 삼촌은 용기를 내어 양 우리로 들어가 쥐약 한 봉지를 물에 타서 서서히 녹였다.
이제 너희 다섯째 집이 어떻게 뽐내나 보자! 그는 진한 가래침을 최화강의 문 앞에 뱉고, 절뚝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비가는 아직 달콤한 꿈속에서 양을 세고 있었는데, 둘째 오빠가 당황해서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일어나 여동생아, 우리 집 양이 죽었어!"
그녀는 멍하니 일어나 앉았다. 두뇌는 아직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 멍청하게 물었다.
"양이 어떻게 죽었어?"
잠시 멍해있다가 갑자기 방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신발도 신지 않고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기 넘치던 양은 이미 땅에 쓰러져 오래전에 죽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가 '웅' 하고 울리더니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건 분명히 누군가 그들 집을 시기해서 한밤중에 양에게 독을 먹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