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0

"용수, 형수님이 여기 살기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 다른 곳으로 옮길까요?"

철랑도 길가에서 택시를 잡고 있는 임설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추수는 마음속으로 이해했다.

다른 한 곳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백 군데를 옮긴다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임설은 어디에 사는 것이 싫은 게 아니라, 단지 자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아니면 감히 마주할 수 없는 것뿐이었다.

오늘의 프로포즈처럼 말이다.

추수는 평생 승승장구했고, 어떤 일을 하든 항상 승산이 있었지만, 유일하게 임설 앞에서만큼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