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68

황보영안의 목소리가 떨어지자마자.

금빛으로 도금된 대문이 천천히 조금 열리더니, 한 금위병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굽혀 들어왔다. 그는 양손으로 편지 하나를 받들어 공손하게 황보영안 앞으로 다가왔다.

황보영안은 기대앉은 채로 손을 들어 편지를 받아 바로 뜯었다.

봉투 안에는 백지 한 장이 있었지만, 황보영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옆에 있던 태자비는 익숙한 솜씨로 물병을 가져와 그 편지지 위에 직접 물을 부었다. 원래 글자 하나 없던 백지가 물에 젖자 글자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편지 내용을 보며 황보영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