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383

차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추수는 통유리창 옆 차 테이블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대청으로 걸어들어왔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청색 도포를 입은 그는 표정이 무척 평온했다. 마치 세상만사를 다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추수가 보기에는 그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거만함에 불과했다.

"앉게."

추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필요 없소. 당신을 죽이고 바로 떠날 테니."

기련의 어조는 극도로 냉담했고, 그 기세는 대단했다.

이 말에 추수는 웃음이 나왔다. 그는 허세 부리는 사람을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