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22

"문, 문주..."

남궁리는 온몸이 떨리며 그녀에게 경외와 두려움을 동시에 주는 호칭을 불렀다.

이런 공포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었고,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지금 남궁리 옆에는 약간 구부정한 몸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평범한 중산복을 입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어 보통 노인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초록불이야."

노인이 미소 지으며 말하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겨 횡단보도를 건넜다.

제자리에 얼어붙은 남궁리는 왜인지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