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50

초목이 어우러진 공원, 달빛처럼 맑은 호수.

호숫가는 고요하기만 했다. 미풍이 버드나무를 살랑이고, 푸른 버드나무 가지가 나무 옆 오래된 벤치 위로 늘어져 있었다. 그곳에 한 여인의 아름다운 실루엣이 벤치 오른쪽에 앉아 지평선 너머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꿈속 풍경은 여전히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추수는 임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망설인 후, 천천히 벤치 옆으로 걸어갔다.

"왔구나."

임설은 마치 추수의 등장에 이미 익숙해진 듯했다. 그녀에게 이건 그저 꿈일 뿐이었으니까. 끝나지 않는 꿈, 평생 깨고 싶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