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54

후궁, 혜비전.

용제가 물건을 부수는 소리가 전각 전체에 울려 퍼졌다.

조정에서 돌아온 이후, 용제는 용안대노(龍顔大怒)하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궁녀들과 시종들은 모두 겁에 질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용제의 노여움을 사 벌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폐하, 노여움을 진정하십시오. 신첩은 폐하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이미 혜비로 책봉된 임자는 아름다운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얇은 비단 잠옷을 입은 채 세상 어떤 남자라도 욕망을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