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3

호수의 맑은 바람이 터널의 틈새로 계속해서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은 점점 거세져갔다.

마치 이 터널 너머에 누군가가 그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터널 입구에서 멈춰 있던 추수의 발걸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터널 입구를 가리고 있던 잡초를 헤치며, 추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발자국 소리가 터널 안에서 울려 퍼졌다.

터널은 길지 않았다. 이끼로 뒤덮인 돌벽으로 이루어진 길이는 고작 십여 미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터널의 모든 구간에는 두 사람의 추억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웃고, 이곳에서 울었으...